필사(筆寫)
글을 잘 쓰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한번쯤 들어보셨을 거예요.
필사란, 책을 손으로 직접 베껴 쓰는 일을 말합니다.
중요한 내용을 정리하고 기억하기 위해 활용되기도 하지만,
불교의 불경을 필사하거나 성서 필사를 하는 것처럼 글을 천천히 읽으면서 내용을 깊이 이해하고 정신을 차분하게 하는 명상의 방법이 되기도 합니다.
필사를 하면 글쓰기 실력이 올라가고(맞춤법이나 띄어쓰기), 다양한 표현 방식을 접하기 때문에 창의적인 생각을 갖게 됩니다.
정신을 차분하게 만들어줘서 명상을 하는 기분을 느끼게 해 주며, 필사를 통해 작은 성취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학부모님들이 아이들에게 필사를 시키려 노력을 하시죠.
롤모델 정하기
본격적인 필사를 앞두고 따라 하고 싶은 원너비 작가를 정해 보세요. 누구나 좋아하는 작가 한 명쯤은 있잖아요.
아무래도 번역서는 특유의 번역체가 있기 때문에 작가의 문체를 오롯이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에 필사를 목표로 한다면 국내 작가의 작품을 추천합니다.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는 방식이 서투시면 문학 필사보다는 칼럼 필사가 효과적입니다.
베껴쓰기 말고 내용을 파악하며 집중해서 쓰기
필사는 베껴쓰기가 아닙니다.
꼭 작품 전체를 필사하기 힘드시면 내가 하고 싶은 부분만 해도 괜찮습니다.
천천히 글의 내용을 음미하면서 적는 것이 중요하니까요.
필사한 문단 밑에 왜 이 문단이 맘에 들었는지, 필사한 문단의 내 생각을 마음껏 써보는 것도 좋습니다.
필사한 문장을 나만의 문장으로 작문해 보는 훈련은 꼭 필요합니다.
아이들에게는 동화책, 동시, 동요등을 베껴 써보라고 권유해 보세요.
손글씨 vs워드
필사의 가장 좋은 방법은 손으로 쓰는 필사입니다.
하지만 여러 이유로 어렵다면 워드(컴퓨터)로 해도 됩니다만,
기계를 거쳐 필사를 할 경우 신경을 자극하는 경험이 적기 때문에 문장 단위로 끊어 낭독하면서 천천히 필사하는 것이 좋습니다.
필사하기 좋은 작가님
오정희 - <유년의 뜰> : 줄거리 위주의 재미보다는 문맥과 표현을 정독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한국어 문장 표현의 정수를 보여주는 대표 작품입니다.
장소와 사물, 인물에 대한 구체적인 묘사로 독자가 상황을 쉽게 상상할 수 있게 해주며 문장이 간결하고 감각적인 언어가 많이 쓰였습니다.
조세희 -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 간결하고 직설적인 문장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대표 작품입니다. 상징적인 표현이 많고 때때로 서정적인 표현이 특징입니다.
김 훈 - <칼의 노래> : 김훈 작가님은 글자 수를 세서 퇴고를 하는 것으로 유명하십니다. 결벽증 같은 집착으로 정교하고 간결한 문장이 특징입니다.
하성란 - <푸른 수염의 첫 번째 아내> : '정밀묘사의 여왕'이라는 별명을 가진 하성란 작가님의 소설입니다. 단순히 배경을 묘사했는데도 등장인물의 복잡한 감정이 동시에 느껴집니다. 장면이 선명하게 떠오르는 문장이 장점입니다.
박완서 - <소설, 산문집 시리즈> : 그녀의 작품은 전쟁의 비극, 중상층의 삶, 여성문제를 다뤘습니다. 그녀는 수많은 한국 여성 작가에게 희망이었고 꿈이었고 든든한 선생님이십니다. 산문에서 폭발하는 작가의 필력은 필사를 부릅니다.
김애란 - <달려라, 아비> : 김애란 작가의 첫 번째 단행본입니다. 유쾌하고 가벼운 부분들이 종종 등장해서 김애란 작가님의 다른 작품들보다도 상대적으로 가독성이 뛰어나고, 뭉클한 내용입니다.
편혜영 - <홀>, <죽은 자로 하여금>, <저녁의 구애> : 모든 문장이 걸작이고 단 한 문장도 허투루 쓰이지 않았습니다. 끊임없이 문장을 소리 내어 읽어본다는 작가처럼 읽었을 때 호흡이 가쁘지 않은 문장이 특징입니다.
윤성희 - <날마다 만우절> :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5권의 소설집과 2권의 장편소설, 1권의 중편소설을 출간하신 윤성의 작가님. 날마다 만우절은 11편의 단편이 묶인 단편집입니다. 제52회 동인문학상을 수상하셨어요. 평범한 사람들의 소소하지만 고달픈 일상을 그린 작품들입니다. 편안한 소설을 좋아하다면 추천합니다.
한 강 - <소년이 온다>, <흰>, <채식주의자>, <작별하지 않는다>, <서랍에 저녁을 넣어두었다> : 대한민국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입니다. 폭력과 남성중심적 사회에서의 사회 분위기를 여성의 관점에서 새롭게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서정적인 감성이 유난히 빛나기도 하고, 받아치는 문장의 재미가 쏠쏠합니다.
김지연 - <마음에 없는 소리> : 2018년 문학동네 신인상 만장일치의 주인공입니다.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작가님이시죠. 뜬금없이 나와서 피식 웃게 하는 유머가 일품입니다. 어디 하나 뺄 곳 없는 아름다운 문장이 특징이에요.
필사는 단순한 작업이 아니라 나 자신을 돌아보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오늘부터 필사를 시작해 보세요.
문학작품이 부담되신다면 좋아하는 노래 가사나 시를 적는 것을 추천합니다.
꾸준히 하다 보면 달라지는 나를 발견하실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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