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수'란 일반적으로 하등 무척추동물의 몸 앞부분이나 입 주위에 있는 돌기 모양의 기관을 말합니다. 주로 감각기관으로 사용되죠.
우리는 학교에서 이러한 동물을 촉수동물이라고 배웠습니다.
오징어의 두 개의 촉수가 대표적이죠.
그 모양이 징그러웠던 기억이 나네요.
그래서인지 '촉수'라는 단어는 그리 좋은 느낌이 들지 않습니다.
그리고 '촉수'라는 말이 들어가는 말 중에 '촉수 엄금'(觸手嚴禁)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며칠 전, 아파트 안내문에 '촉수 엄금'이라고 써져 있는 걸 봤습니다. 처음에 이게 무슨 소리지? 싶었습니다. '엄금'(嚴禁)은 '엄하게 금지한다'는 뜻인 건 알지만 '촉수'가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지 확 와닿지 않았습니다.
그냥 문자 그대로 보면 '촉수를 엄격히 금지한다'는 뜻인데 촉수를 가진 생물한테 하는 이야기는 아닐 텐데 말이죠.
사전을 보면 '촉수'(觸手)는 사물에 손을 대는 것을 의미합니다. 주로 군대에서 사용되는 언어이며,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이런 뜻으로 '촉수'라는 말을 사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죠.
'촉수엄금'은
觸 닿을 촉, 手 손 수, 嚴 엄한 엄, 禁 금할 금
'손대지 마세요'라는 뜻입니다.
쉬운 말 내버려두고 왜 어려운 한자어를 쓰는 걸까요?
군인들이 순화의 필요성을 가장 크게 느끼는 단어가 '촉수엄금'이래요.
국립국어원에서도 '촉수엄금'이 어려운 한자어라고 해서 '손대지 마십시오'로 순화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여전히 위험물 관련 시설에서는 볼 수 있는 단어입니다. '촉수엄금'이라고 적어놓으면 어린아이들은 어떻게 알 수 있겠어요? 가능하면 순화한 말로 어린아이들도 이해할 수 있게 바꿨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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